퇴직금을 미리 당겨 받을 수 있느냐는 질문은 50대에 자주 나옵니다. 자녀 결혼이나 전세금 때문일 수도 있고, 은퇴가 가까워지니 일부라도 먼저 손에 쥐고 싶어서일 수도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퇴직금 중간정산은 법에 적힌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고, 하고 나면 은퇴 시점의 퇴직소득세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아직 몇 년 남았다면 지금 알아 두는 편이 여유 있게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 시행령 제3조에 적힌 경우만 가능합니다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금을 퇴직 전에 정산해 주는 것을 원칙적으로 막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정산이 가능한 경우는 고용노동부 안내와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에 나온 시행령 제3조의 사유입니다.
| 사유 | 조건 |
|---|---|
| 주택 구입 | 무주택자가 본인 명의로 주택을 사는 경우 |
| 전세금·보증금 | 무주택자가 주거 목적의 전세금이나 임차보증금을 부담하는 경우. 한 사업장에 다니는 동안 1회만 가능 |
| 의료비 | 6개월 이상 요양이 필요한 질병·부상의 의료비를 본인 연간 임금총액의 1천분의 125(12.5%) 넘게 부담하는 경우. 본인, 배우자, 부양가족이 대상 |
| 파산선고 | 신청일부터 거꾸로 5년 이내에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
| 개인회생 | 신청일부터 거꾸로 5년 이내에 개인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받은 경우 |
| 임금피크제 | 정년을 늘리거나 보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제도를 시행하는 경우 |
| 근로시간 단축 | 합의로 하루 1시간 또는 주 5시간 이상 줄이고, 줄어든 시간으로 3개월 이상 계속 근로하기로 한 경우 |
| 재난 피해 |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재난 피해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
출처: 고용노동부 퇴직금 중간정산 사유 안내,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국가법령정보센터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의료비 비율은 자료마다 표기가 다릅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시행령 조문은 1천분의 125로 되어 있고, 생활법령정보 쪽에는 옛 기준으로 보이는 표기가 남아 있어 법령 원문을 기준으로 적었습니다. 실제로 신청하실 때는 조문 최신본을 한 번 더 보시길 바랍니다.
임금피크제는 50대 후반 직장인에게 가장 관련이 큰 사유입니다. 해당하는 회사라면 임금이 줄기 시작하는 시점에 정산 여부를 정할 수 있는지, 미리 취업규칙과 노사 합의를 확인해 보시면 됩니다. 임금피크제와 국민연금 보험료의 관계는 임금피크제 국민연금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사유가 있어도 회사 승낙과 서류가 필요합니다
사유가 있다고 해서 근로자가 곧바로 정산받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닙니다. 생활법령정보에 따르면 사용자는 정산해 줄 수 있을 뿐 의무는 아니어서, 신청 전에 회사가 받아 줄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시행령에 없는 사유로는 법이 중간정산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사유별로 내야 하는 서류도 다릅니다. 같은 생활법령정보 기준으로 주택 구입은 무주택 증명서류와 매매계약서, 전세금은 임대차계약서와 잔금 영수증, 의료비는 진단서나 소견서와 영수증, 파산과 개인회생은 법원의 결정문입니다. 회사에 따라 요구하는 서식이 더 있을 수 있어 인사팀 안내를 따르셔야 합니다.

정산하고 나면 퇴직금과 퇴직소득세가 어떻게 달라지나요
중간정산을 하면 그때까지의 퇴직금을 지급받고, 퇴직금을 계산하는 계속근로기간은 정산한 시점부터 새로 셉니다. 지금까지 20년을 다녔어도 정산 다음 날부터 다시 시작하는 셈이어서, 은퇴할 때 받을 퇴직금이 그만큼 줄어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생각하실 대목이 세금입니다.
퇴직소득세는 퇴직급여 규모와 근속연수로 정해지고, 근속연수가 길수록 공제가 커집니다. 그런데 정산 이후 기간만 근속연수로 세면 근속연수가 짧아져 세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를 줄이려고 이미 지급받은 퇴직소득과 퇴직할 때 받는 퇴직소득을 합쳐 세액을 다시 계산하는 정산 규정이 있습니다. 국세청 설명에 따르면 이때 근속연수는 기존 지급분과 이번 지급분의 근속연수를 더하고 겹치는 기간을 뺀 값으로 셉니다. 퇴직소득 세액정산 안내와 미래에셋 연금 설명이 같은 취지로 적고 있고, 이 정산을 받으려면 과거 퇴직소득의 원천징수영수증이 있어야 합니다.
이 글의 중간정산은 퇴직금제도(일시금)를 기준으로 한 설명입니다. 퇴직연금(DB·DC)이나 IRP에 들어 있는 돈을 중간에 꺼내는 것은 중도인출이라는 별도 규정을 따릅니다.
퇴직연금 중도인출 사유는 퇴직연금 중도인출 글에, DB와 DC의 차이는 DB와 DC 비교 글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퇴직금에 붙는 세금이 근속연수별로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희망퇴직금 세금 글을 보시면 됩니다.
오늘 확인할 것
- 우리 회사가 퇴직금제도(일시금), DB, DC 중 무엇인지 급여명세서나 인사팀 안내로 확인합니다.
- 과거에 중간정산을 받은 적이 있다면 그 시기와 금액, 그리고 당시 원천징수영수증이 남아 있는지 찾아 둡니다. 퇴직 때 합산 정산에 필요합니다.
- 임금피크제나 근로시간 단축이 예정돼 있다면 시행 시점과 회사의 정산 방침을 취업규칙에서 확인합니다.
- 실제 신청 전에는 회사 인사팀과 국세청 누리집(nts.go.kr), 고용노동부 안내를 한 번 더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제도 구조를 설명한 것이고, 개인별 퇴직금과 세액은 근속연수와 급여에 따라 달라집니다.
